어떻게 해야 극중(克中), 극일(克日)을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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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밤안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경희대 China MBA 전병서교수에게 듣는다.
    -Gift Seoul 편집자주-

    강대국의 흥망은 국가권력과 시장경제의 활용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가 강국이 된 것은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경쟁을 통해 강한 기업, 강한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으면 오래가기 어렵다. 국가의 역량이 펼쳐 놓은 규모를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 분열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이 그 전철(前轍)을 밟았다.

    적절한 군사력을 유지하면서 신기술과 경제성장에 치중한 나라가 항상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한다. 1500년대, 1800년대 세계의 최강이었던 중국의 명성이 쇠퇴한 것은 개방과 포용이 아닌 폐쇄와 배타적 태도였다. 중앙집권 권력의 강력함이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를 만들었고, 기술혁신이 만들어 낸 현대화의 강한 힘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와 결합한 부국강병이 강대국을 만들었고 패권국을 만들었다. 지금 세계를 보면 G20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세계는 G2가 세계를 움직인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가 묘하다. 예전 같지 않은 미국은 시장경제,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일방통행으로 내닫고 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사회주의 통제국가 중국은 대외개방, 자유무역을 떠들고 있고 인류운명공동체를 외치고 있다.

    거대한 변화다. 100년 패권국가 미국이 변하고 있고, 1800년대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 인도양,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이무기가 아닌 용(龍)으로 승천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국의 리더들은 미•중(美中)관계를 너무 정치적, 이념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거나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원칙 없이 대응하면 국제적으로 ‘왕따’를 당하고 국민에게 피로감과 함께 막대한 피해만 안겨준다. 1만미터 고공의 높이에서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외교를 해야지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나 당리당략으로 하면 판판이 깨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미•중 관계에도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덩샤오핑鄧小平 시기 중국의 외교방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임)가 필요하다.

    중국은 경제에서 사회주의가 아닌 자본주의로 경제체제마저 바꾸면서 40년을 버텨 유럽 강대국과 일본을 제치고 G2로 올라설 때까지 ‘도광양회’ 전략으로 일관되게 나갔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일본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것은 G3라는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12에 불과한 한국의 실력으로 편 가르기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 실리는 없고 손실만 크게 낸다. 결국 경제력, 외교력, 국방력이 약한 소국이 외교에서 힘이 생기는 것은 국민의 일치단결이다. 대국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일치단결이 외교에서 강한 힘이 된다. 이에 중국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경희대 객원교수(China MBA)와 인터뷰를 통해 극중(克中), 극일(克日)의 묘안을 모색해본다.

    -한국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현실화 됐다.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중(美中)의 전쟁은 그간의 상황을 보면 일방이 완승(完勝)으로 이기기도 어렵고 지기도 어려운, 쉽게 끝날 수 없는 전쟁이다. 그래서 길고 오래간다. 패권을 가진 미국은 패하면 100년의 패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지면 1894년 영국과의 아편전쟁, 1931년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망에 이은 세번째 굴욕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거대한 구호를 내건 종신(終身) 주석 시진핑(習近平)의 중국은 이번 미•중 전쟁에서 패하면 최선의 시나리오는 일본처럼 미국에 아양 떠는 영원한 2등으로 전락하는 것이고 아니면 소련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이름만 남는 G2 전설의 대국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중국이 ‘제조업의 덫’에 걸렸고, 중국은 미국의 ‘달러의 덫’에 걸렸다. 미국은 중국이 제조업 없이 견디기 힘들고, 중국은 미국의 달러 없이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이 싸움은 길고 오래가는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소련과 18년, 일본과 10년 전쟁을 벌였다. 1985년 당시 일본보다 몸집이 10배나 커진 중국과의 전쟁은 얼마나 걸릴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스탠스는 무엇이어야 할까? 역사의 답을 흘려 보내면 안 된다. 공부를 안해서 그렇든지, 원래 지식이 모자라서 그렇든지 간에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고 거꾸로 하는 리더와 집단은 결국 역사의 저주를 받는다.

    요즘 얘기하는 빅 데이터(Big Data)가 바로 역사이고 거기서 뽑은 IP(지적재산)가 역사의 교훈이다. 이를 실행하고 말고는 AI(인공지능)를 심은 로봇의 주인이 하는 것이다. 주인이 현명하지 못해 좋은 IP를 못 심고 허접한 IP로 AI를 만들면 로봇은 3류가 된다.

    이제 한국의 선택은 명확하다. 한국의 선택은 ‘원교근공(遠交近攻), 국익우선(國益優先)’이다. 미•중이 싸울 때 한국의 대미(對美)•대중(對中)전략은 중국의 실력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부상하는 자를 무시하다 보면 결국 당하고, 너무 서둘러 강한 자를 버리면 강한 자에게 터진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미국 GDP의 60~90%가 될 때까지는 ‘한미 동맹우선, 이웃 중국은 2순위 배려’전략으로 가야 한다. 미국이 2%, 중국이 4~5% 성장한다고 보면 이는 시기적으로 보면 2030~2035년까지는 “미국우선 중국 배려”의 수순으로 가야 한다.
    그 다음은 ‘국익우선 전략’이다.

    -중국은 ‘대소비(大消費), 대금융(大金融)’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중국의 흐름을 잘 타면 우리의 경제난국도 타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인의 특징을 ‘만만디(慢慢的)’라고 하지만 중국인의 진짜 얼굴은 유태인 뺨치는 ‘상인종(商人種)’이다. 중국은 실리가 있으면 상대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내가 상대보다 약하고 상대가 힘 있고 돈이 있으면 마음속에 ‘백 번의 참을 인(百忍)’을 쓰면서 기다린다. 중국인은 체면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체면이 깎였다고 흥분한다거나 실질적 손해가 없는 욕이나 질책을 들었다고 해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소인배나 하는 짓이라 생각한다.
    장사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감정적으로 장사하지 않고 철저하게 계산한다. 그래서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싸우거나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절대하지 않는다. 중국 속담에 “돈만 있으면 귀신에도 절구통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돈을 많이 벌면 아무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중국이 현재 소득수준인 구매력기준 1인당소득 7000달러에서 1만 달러대를 넘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그 소득수준에 맞는 사회 인프라의 구축이다. 그 인프라는 산업구조, 분배, 시장경제제도가 모두 포함된다. 개인기, 소위 인치(人治)로 통치하면 3등이고 시스템, 법치(法治)로 하면 2등이고 문화, 문치(文治)로 하면 1등이다.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칭송받는 덩샤오핑(鄧小平) 체제 유지에 이은 중국의 3,4세대 지도자들은 모두 이과 출신이고 시진핑 2기 시대의 5세대 지도자들은 문과출신이다.

    중국 현대사 리더들의 철학

    중국은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그래서 전세계 핫머니가 호시탐탐 노리는 시장이다. 그런데 중국의 최대 리스크는 분배도, 성장둔화도, 소수민족의 봉기도 아니다. 벌은 돈의 50%를 저축한 중국내부의 돈과 이를 노리는 이보다 10배~100배는 더 큰 핫머니가 들어오면 중국은 ‘돈의 열기’로 터진다. 중국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금융시장 개방을 계속 미루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는 휴전하고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지만, 돈으로 하는 금융전쟁은 한번 터지면 엔터 키(enter key) 하나로 끝나기 때문이다.

    중국 문치(文治) 20년의 새로운 시작이다. 날아오르는 용(龍)의 등에 올라타면 땀 한방울 안 흘리고 하늘구경을 할 수 있다. G2에서 G1의 등용문에 선 중국의 옆에 있는 한국이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왕세자의 책봉까지도 눈치를 보았던 중국의 조공국가로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과 한판 승부를 앞둔 시진핑 2기 시대, 당장 눈앞의 미래 5년이 중요하다. 한국은 중국의 나아갈 방향을 미리 내다보고 그물을 쳐야 한다.

    향후 5년 중국은 7대 신(新)성장산업과 내수(內需)소비 확대에 모든 걸 걸었다. 중국의 기관에서 나오는 2012년 전략보고서에는 ‘7대신성장산업’이, 2015년 ‘중국제조2025’에서도 이름만 바꾸었지 같은 신성장산업이 핵심 키워드다. 중국은 2019년에 6대 신성장산업 기업들만 상장하는 커촹반(科创板: 중국판 나스닥)시장까지 개설했다. 우리는 한국이 잘하는 빙과류와 라면, 패션, 화장품을 중국의 소비라고 열심히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전세계 명품의 33%, 세계 9대 명차의 27%를 소비하고 전세계 면세점 매출의 51%를 차지한다.

    시진핑 2기 정부는 미•중전쟁 이후의 정책변화, 중국 소비패턴의 변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금융의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대응하면 대박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으로 금융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중국의 잘나가는 기업에 돈을 묻을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이 코카콜라 주식을 사서 대박을 낸 것처럼,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대박 낸 것처럼 중국의 코카콜라(소비), 삼성전자(기술주)를 고르는 눈이 있으면 한국제조업이 중국에서 후퇴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중국에서 살아본 것도, 공부하지도 않은 중국전문가들의 중국위기론, 중국 붕괴론이 한국에서는 넘쳐난다. 진정한 중국의 위기 신호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중국 엑소더스가 벌어지면 진짜 위기다. 싸구려 인건비에 목숨 건 저부가 제품 공장이 중국의 소득향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못 견뎌 베트남으로, 동남아로 이전하는 것을 중국경제위기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엉터리다.

    전세계에서 대중국 수출의 GDP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에 위기가 오고 위험해 진다면 그 영향은 한국이 가장 위험하고 심각해진다. 그러나 중국에 위기가 오면 주가가 가장 먼저 폭락하고, 포춘 500대기업들은 보따리 싼다. 그런 시그널(신호)이 없으면 우리끼리 중국이 망하네 안 망하네하고 떠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중국의 정치, 중국인의 소비문화, 중국의 금융전략의 변화를 연구하고 한국의 대(對)중국 전략의 큰 틀을 수정하고 그 안에서 액션플랜을 빨리 짜야 한다.“

    -일본 정부가 마침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우리의 대일 전략은 어떠해야하는가.

    한국이 지금 중국과 일본에 대해 겪는 수모와 공포는 일본의 1/3, 중국의 1/10에 불과한 경제규모 탓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이런 말이 나온다.

    ‘대개 서민들은 상대방의 부(富)가 자기 것의 10배가 되면 그에게 욕을 하지만, 100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고, 1000배가 되면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고 1만 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되는데 이것은 만물의 이치다.(凡編戶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동북아 삼국 한•중•일(韓中日)의 경제규모를 보면, 30년 전인 1988년 중국의 7.5배였던 일본이 2018년에 중국의 37%로 전락했고, 그런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일본의 33%선에 불과하다. 한•중 간의 경제규모도 1992년 한•중수교 당시 71%였던 한국의 중국 대비 경제규모가 2018년에는 12%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이 지금 중국을 낮게 보고 힐난도 하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더 커지면 두려움이 싹튼다. 일본과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대해 당당하려면 중국과 일본의 10배, 100배의 경제규모를 가지면 끝난다. 그렇지 않으면,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는 못 면한다.
    일본이 공격했다고 실력도 없으면서 덤비다간 또 터진다. 이리저리 부산떨고 왁자지껄 떠들면서 하는 전쟁준비는 상대가 이미 안다. 그리고 준비가 안된 전쟁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그리고 장수가 싸움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걸고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 목숨이 없어진다는 각오로 해야 한다. 그런 결기와 상대를 쓰러뜨릴 필살기(必殺技)가 없으면 싸움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다. 우리가 칼날을 쥔 것인지, 칼자루를 쥔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피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을 침략하고, 지배해본 경험이 있는 일본이다. 일본의 집요함과 끈질김을 낮게 보면 결코 안된다.

    한국이 지금 일본에 당하는 것은 근육형산업에서 세포형산업으로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못한 탓이다. 철강, 조선, 기계, 가전, 반도체 등 일본의 주요 산업이 산업의 국제적 이전과정을 통해 미국에서 일본으로 왔고 다시 한국으로 이전했고 중국으로 날아가고 있다. 일본은 인건비 많이 들어가는 조립형 하드웨어형 근육산업은 모두 이전했지만 핵심소재, 부품, 장비산업은 철저히 유지하고 세계 최정상의 수준으로 올려놨다.

    한국은 컨베이어밸트(Conveyor Belt)산업에 목숨 걸어 조립가공에서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지만 핵심소재, 부품, 장비산업에서 일본의존도를 떨쳐 버리지 못했다. 이는 한국의 세계적인 하드웨어공급자로 부상한 대기업의 핵심소재, 부품, 장비산업에 대한 정책오류가 있었다. 하청기업이 대기업을 위협할 가능성 때문에 부품 하청회사들을 조무래기로 유지시켰고 동물원으로 만들어 사육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세트업체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핵심소재, 부품, 장비산업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지금 일본의 보복사태를 부른 것이다.

    이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심소재, 부품, 장비산업을 대기업의 동물원에서 방목하고 크게 키워야 한국이 일본에 대해 당당해진다. 설사 방목한 하청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 대기업 입장에선 살모사가 될 수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연어처럼 성공해 돌아오는 회귀어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막강한 힘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강소(强小)기업으로 일어서려면 강력한 정부의 지원과 정책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일본에게 터졌다고 몇 조원 투자해서 국산화하네 하는 식상한 구호성 정책은 더 이상 재탕하지 말고, 진짜 일본을 이겨야 할 핵심기술 10개를 선정해 당장 대기업과 정부, 학교, 기업이 산학(産學)협력해서 1년 안에 극일(克日)하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답이다.

    그런 스피드라면 한국을 혼낼 1000개 품목이 있다는 일본도 한국의 국산화 속도에 겁먹고, 최대 수요자인 한국시장을 잃어버릴 위험에 꼬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실력으로 보여줘야지 칼날 쥔 자가 칼자루 쥔 자에게 큰소리 쳐봐야 손바닥에 피만 고인다. 그리고 강하면 단독공격, 약하면 합종연횡(合從連衡: 서로 상반된 외교술)이다. 일본의 횡포에 한국의 반도체, LCD를 사다 쓰는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합종연횡해야 한다. 우리만 일본에 대항하는 것보다 일본보다 더 센 G1(미국), G2(중국)를 끌어들여야 일이 쉽다.

    외교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그간 길러왔다는 수많은 미국통, 중국통들을 동원해 대일(對日)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이 위협받는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못 끌어내는 외교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모든 외교전에서 무손실 전승(全勝)은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손실과 이득의 경중(輕重)을 따져 이득이 크면 실행하는 것이고 손실이 크면 포기하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모두 만족 시키려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면 양쪽에서 다 터진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지만 정책이 큰 것의 이득을 일정 부분 회수해 작은 것의 희생을 보상해 주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국가가 더 지원해야 한다. 이런 것을 국민에게 설득해 끌어내는 것이 정치이고 리더다. 표심(票心)에만 아부해 국익과 미래는 나 몰라라 하고 몸만 사리는 정치인과 지도자는 결국 버림받고 국가와 국민을 비참하게 만든다.

    “지일(知日)없는 극일(克日)은 없다”

    한국이 일본통을 키우지 않고 일본에 이기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한국이 극일(克日)하려면 일본 유학생들을 제대로 키우고 관리하고 양성해야 극일을 할 수 있다. ‘일본어가 안되는 서희 장군’은 10만명이 있어도 도움이 안된다.

    중국은 주한(駐韓) 중국대사관과 외교부가 중심이 되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4대 명문대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모교방문활동을 지원하고, 모든 비용은 중국 정부가 부담하고 행사에는 교육담당 영사가 반드시 참석한다. 중국대사관은 칭화대 한국동문회의 정기포럼을 지원하고,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한다.

    한국의 주중(駐中)대사관과 역대 주중대사들은 이런 행사를 한번이라도 개최한 일이 있는가.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시대 최고의 대일 외교관 신숙주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미 550년 전에 일본의 속내를 간파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신숙주다. 신숙주는 사육신(死六臣)을 버린 변절자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최고의 대일외교 전문가였다.(이하 숙주 자료 출처: GS 칼텍스, 역사에서 배우다7_신숙주의 대일론(對日論))

    -중국도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했고 대일청구권 문제가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했나.

    “한국의 위안부문제, 징용문제에 대한 사과와 보상 문제에 대해 중국은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후 패전국인 일본에 대한 대일청구권문제가 나왔고 한국은 1965년 대일청구권문제에서 무상 3억달러, 장기저리대출 2억달러, 민간지원 차원의 1억달러로 타결했다. 지금 이것의 범위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해석의 차이가 나왔고 이것이 지금 한•일간의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일본이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끝까지 추궁해야 하지만 배상의 금액을 보면 한국은 중국에 비해 하수다. 10조엔도 아니고 겨우 10억 엔으로 위안부 보상을 받고, 10조원도 아닌 10억원 일본기업 자산압류 매각을 해봤자 일본과 일본기업이 반성하지도 않을 뿐더러 일본에 푼돈 보상을 받아도 손상될 대로 손상된 우리의 자존감은 회복이 안된다.

    최고의 복수는 잊지 않는 것이고 언젠가는 힘을 길러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일본에 징징대는 것은 이젠 끝내고 일본을 이기는 전략을 내놓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일본에 당한 아픈 기억을 가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노구를 이끌고 일본 땅에서 시위하고 헤매게 하지 말고 한국의 젊은이들과 아이들에게 일본에 당한 우리의 치욕과 실수를 잊지 않게 가르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힘든 노고에 대한 고마움과 일본의 침략을 가르쳐준 대가로 일본이 준다는 것보다 더 크게 국가가 보상하고 지원하면 안 될까?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 우리가 그 정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가? 치사하고 아니꼽게 푼돈에 한국인들에게 준 고통을 퉁 치려는 일본과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엮이지 말았으면 한다.

    그러면 중국은 대일청구권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한국은 1965년 대일청구권 문제를 6억달러로 마무리 했지만 1972년 중국은 대일청구권 문제에 대해 이를 포기했다. 1972년 7월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폼 나게 『논어(論語)』에 나오는 “덕으로 원수를 갚는다”는 ‘이덕보원(以德報怨)’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복잡한 대만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외교가 깔려있었다.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전승국이었지만 1949년 국•공(國共)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건너간 중화민국의 장제스(蔣介石)는 당시 일본이 본토 중국과 손잡을 것을 우려해 일본의 설득에 넘어가 ‘관대한 아량’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1952년 대일청구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의 극비 중국방문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개선되었다, 1972년 9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일본 총리의 방중(訪中)을 계기로 중국은 중•일(中日)국교정상화에 합의했고,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는 대일배상권 포기선언을 했다. 그러나 실제 그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미•중수교로 유엔에서 대만의 지위를 승계 받은 중국은 당시 소련과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경제•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 중국은 세계 1, 2위 경제규모를 가진 미•일(美日)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이 시급했고 따라서 일본과 국교정상화에 장애가 되는 배상문제를 포기한 것이다. 1965년 한국이 대일청구권협상 시기에 중국은 일본 GDP의 77%수준이었고, 중•일 국교정상화 시기인 1972년에는 36%선에 그쳤다. 물론 이 포기 과정에서 중국 국민의 동의는 없었고, 대신 국민에 대해 “장제스의 중화민국이 중국보다 먼저 배상권을 포기했는데 공산당의 아량이 그보다는 넓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논리로 포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대비 한중일 GDP규모

    중국은 일본에게 40년간 324억달러(3.5조엔)의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상인종(商人種), 중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에게 40년간 324억달러(3.5조엔)의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을 지원받았다. 중국은 일본에 도덕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 후속협상에서 천문학적 실리를 챙긴 것이다. 중국은 배상청구권 포기로 일본을 미안하게 만들었고 일본을 부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일본은 배상청구권 포기에 대한 감사와 부상(浮上)하는 중국시장을 놓칠 수 없어 미래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한국에 대한 쥐꼬리 배상과는 규모가 비교도 안될 천문학적 자금을 경제원조, 차관 등의 명목으로 2018년까지 지원했다.
    단칼에 승부를 내는 ‘잇본쇼부(一本勝負)’의 일본과 ‘우공이산((愚公移山)’하는 중국의 승부에서 우공이산 측이 더 크게 챙겼다.

    대일 청구권문제에서 중국은 한국과 전략이 달랐다. 명분을 살리면서 거액의 실리를 챙긴 것이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전쟁책임 추구에 관대함을 보임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고, 일본의 도덕적 부채의식을 활용해 “깊이 고려하고 멀리까지 내다보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전략”으로 324억달러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받아냈다.“

    -중국은 대일 외교를 어떻게 하고 있나.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외교전쟁의 기본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피를 흘리는 정치”라고 말했다. 국가 간의 갈등해소에 있어 외교는 가장 값싼 전쟁이다. 외교가 실패하면 군대가 국경을 넘는다. 그래서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낫다고 한다. 그래서 외교전쟁을 치를 외교전사, 외교인재의 육성이 중요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하고 95세의 헨리 키신저 박사를 중국에 특사로 보냈다. 1971년 미•중 수교 막후교섭의 주역이자 중국의 개국자 마오쩌둥 이후 5명의 국가지도자를 모두 만난,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은 살아있는 미국외교의 전설인 키신저를 보낸 트럼프의 혜안이 무섭고, 95세의 초고령에도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나서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키신저가 대단하다.

    키신저 시진핑

    ‘지피지기’는 외교전쟁의 기본이고, 외교관의 상대국 언어능력은 상대국가에 대한 예의이다. 중국의 외교책임자를 보면 G1, G2였던 미국과 일본에 대한 중국 지도자의 혜안과 외교전략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외교책임자인 외무부장관은 철저하게 G1, G2국가에서 외교경험을 가진 외교전문가를 임명했다. 1998년 이후 2019년까지 최근 21년간 탕자쉬앤(唐家璇), 리자오싱(李肇星), 양제츠(楊潔篪), 왕이(王毅) 등 전•현 외교부장관 4명을 보면 모두 G1, G2였던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에서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관을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재임기간은 4~6년이다. 장관 부임 전의 미국과 일본대사관 근무기간을 보면 3년~18년이나 된다. 대학 전공을 보면 양제츠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학이고 탕자쉬엔과 왕이는 일본어 전공이다. 4명의 장관 중 3명이 석사 이상이고 2명이 박사출신이다.

    한중 미일대사 임기표

    중국의 대일외교 인력은 어떨까? 최근 부임했던 주일대사 5명을 비교해 보면 한국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중국 외교관 5인의 평균 연령은 55세이고 한국은 65세다. 근무기간은 중국은 2년4개월~9년4개월인데 반해 한국은 1년1개월~1년10개월에 그친다.

    직전 주일(駐日)중국대사였던 청용화(程永華)는 9년4개월 근무했다. 청용화 전 대사는 대학도 일본 와꼬대학을 나온 일본통이다. 청용화의 후임으로 부임한 공현우(孔鉉佑•중국명 쿵쉬안유)대사는 조선족 출신으로 일본에 부임하기 직전까지 한반도문제 담당이었다.

    중국의 주일대사 5명은 전원 학부 전공이 어학이고 5명 중 3명은 일본어가 전공이다. 모두 일본과 아시아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전원 외교관 출신이다. 그리고 주일대사 역임 이후 5명 중 1명은 외교부 차관, 2명은 외교부장관으로 승진했다. 중국이 일본통을 얼마나 중시하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의 최근 주일대사 5명을 보면 1명만 영문학과 출신이고 모두 법학과 외교학 전공이고 일어 전공자는 전무(全無)했다. 한국은 5명 중 2명만 전문 외교관 출신이고 3명은 국정원, 국회의원, 교수 출신으로 비외교관 출신이다. 외교관의 경우에도 일본 근무경력은 1차례에 그쳤다. 귀임 후에 장•차관으로 승진한 경우는 전무하다.

    중국은 일본통을 외교관으로 발탁하고, 외교부의 수장으로 쓴 반면, 한국은 일본통이라고 보기 어려운 비전문가를 정치적 이유로 발탁하고, 외교관의 경우에도 외교부의 수장으로 기용한 사례가 없다.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324억달러의 ODA자금을 끌어다 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G1, G2, G3 대국은 직접 살아보고, 공부하고, 일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나라들이다. 결국 일본에 대한 정확한 전략과 관리는 얼마나 일본을 이해하고 공부한 사람이 많으냐에 달려 있다.

    2004년부터 2018년까지 14년간 일본의 외국유학생들은 248만명인데, 이 가운데 중국유학생이 131만명으로 53%를 차지한다. 한국은 2위로 25만명 10%선이다. 중국유학생 비율은 2004년 66%에서 2018년에는 3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11.5만명으로 1위이고 3위인 한국의 1.7만명 대비 6배나 된다.

    일본 유학생 국가별 학생수


    중국은 대일(對日)외교전략에 있어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언급은 자제한다. 1972년 대일 창구청구권 포기를 선언할 때 저우언라이 총리는 “전쟁책임은 일부 군국주의 세력에 있고 이는 일반국민들과는 구별해야 한다. 일반 일본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워서는 안되며 더욱이 다음 세대에게 청구권의 고통을 부과하고 싶지 않다”고 배상청구 포기사유를 밝혔다. 실리는 다른 데서 챙겼지만 일본 국민들에 대해선 직접적 자극을 삼갔다.

    센카쿠열도(尖閣列島•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에서 일본계기업에 대한 약탈이 일어났을 때에도 중국정부 당국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그 대신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국방문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불가피한 국가 간 정상외교장에서 만날 때에도 표정외교를 확실히 했다.

    시진핑과 아베 악수

    시진핑 주석은 아베 총리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얼굴을 마주보지도 않고 악수를 하는 등 일본의 지도자에 대한 홀대는 확실하게 했다. 중국 국민들이 시 주석의 표정과 악수의 각도를 보고 일본과의 관계개선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모욕을 지도자에게 함으로써 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할 뿐이지 민초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주어 반중(反中)감정을 자극하는 일은 자제한다.

    중국은 역사를 미래의 스승으로 삼고, 복수의 칼은 보이지 않는 데서 가는 것이다. 상하이(上海)에 관광을 가면 반드시 필수코스로 들러 보는 곳이 푸둥(浦東)의 야경과 레이저쇼가 가장 잘 보이는 와이탄(外滩)이다. 와이탄의 빌딩을 보면 전형적인 유럽식빌딩이다. 서방열강의 조계지(租界地)인 와이탄 거리 입구와 주변 공원에는 이런 표식이 박혀 있었다.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华人与狗不得入内)’. 유럽인들은 중국인들을 개와 같은 급으로 취급했다.
    와이탄의 건물들은 중국을 식민 통치했던 유럽 사람들이 지은 건물들인데 우리 같으면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고 싹 쓸어버렸을 텐데 중국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치욕적인 굴욕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하이 와이탄 빌딩숲

    이런 사고방식은 난징(南京)대학살 기념관에 가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중국은 1985년 1만명의 유골이 발견된 만인갱(萬人坑) 위에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건설했다. 기념관은 당시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대학살의 현장이 바로 기념관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중국의 유적지나 명승지에 가보면 안내판은 보통 중국어와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가보면 안내판에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일본어로도 표기해 뒀다. 일본인들도 와서 똑똑히 읽어보라는 것이다. 시끄럽고 큰 소리로 떠드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인들도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선 숨소리마저 죽인다.

    난징학살 기념과 독립기념관

    1937년 12월13일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은 다음해 2월까지 12초마다 한 명씩, 무려 30만명을 살해했다. 7만3천㎡에 이르는 전시 면적 전체를 엄숙함이 압도한 가운데 12초마다 한번씩 울려 퍼지는 ‘똑…똑’ 물방울 소리는 1937년12월13일 난징대학살이 시작되고 12초마다 한 명씩 일본군이 난징시민 30만명을 학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4년 12월 난징대학살 추모식에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당.정 지도자가 대거 참석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기념관의 분관(分館)으로 ‘난징 리지샹(利濟巷) 위안부 유적지 진열관’을 개관했다. 일본군이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위안소로 운영했던 8개 건물 가운데 6곳을 개•보수한 것으로, 3000㎡ 면적에 1600여점의 전시물을 전시하고 있고 당시의 참혹했던 위안부 생활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보존하고 있다.

    중국은 ‘반(反)인류 국가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죄와 법적 책임을 일본에 요구해왔다. 한국은 위안부할머니 소녀상 하나도 제대로 맘대로 못 세워 이리저리 돌리고 있고 소녀상에 모욕을 가한 일본인과 한국인의 처벌도 흐지부지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가 된다.

    “옛일을 기억하면 미래의 스승이 된다”는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전 총리의 유훈처럼 중국인들은 아편전쟁의 아픈 기억인 와이탄을 보존하고, 난징대학살의 현장과 위안소를 기념관으로 만들어 똑똑히 보고 뼈에 새기는 것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可以寬恕, 但不可以忘却)”, “과거를 잊지 말고 미래의 스승으로 삼는다(前事不忘, 后事之師)”는 것이다. 원수는 3대가 흘러도 기억하고 그때 갚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 중국인이다. 그래서 뒷끝 작렬하는 중국인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지일(知日)없는 극일(克日)은 없다”고 했나.

    “섬나라 일본이 자랑하는 근성은 사무라이(侍: 일본 봉건시대의 무사를 지칭)정신이다. 대자연의 재해를 시시각각 겪은 일본 섬나라는 단합하지 않으면 자연재해 극복이 어렵고, 일사불란한 작업이 결국 할복과 같은 잔인한 상명하복(上命下服), 약육강식의 사회문화를 만들었다.

    일본은 역사 이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의 짧은 기간을 제하고는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대국이었던 적이 없다. 소국 일본이 미국과 유럽기술을 받아들여 얼떨결에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한 탓에 물질의 성숙에 못 따라가는 정신의 미성숙이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 일으켰고, 주변국에 대한 소국 일본 존재감의 부각과 정신적 불안감이 주변국에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악행과 만행을 저지른 배경이다.
    일본이 토를 다는 사과(謝過)와 행동은 없고 말만 하는 사과는 그 배경이 있다. 잘못한 것 없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깔고 하는 엉터리 사과와 배상거부는 일본의 과거행태가 미래에도 재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잘못한 일본은 자기 스스로 이미 알고 있지만 이를 부인하는 것은 수긍하면 더 큰 손해가 올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대일청구권 보상에서 일본이 신경 쓰는 것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한국에 대한 추가적 보상은 북한의 배상청구권을 더 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 준 것(324억달러) 보다 더 큰 원조나 보상, ODA자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두려운 것이다.
    둘째, 독도나 센카쿠열도 문제 등 영토문제에 집착하고, 헌법 개정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이유는 한국과 중국이 최대로 무장하는 반면, 일본은 자주적으로 방어할 수단을 앞으로도 갖추지 않을 경우 큰 위험이 될 것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국은 일본의 오만방자한 대(對)한국 제재행위를 방관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북핵문제에 있어 북•중•러의 북방삼각에 대한 한•미•일 남방삼각의 축(軸)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남방삼각 축의 구멍, 한국을 손봐주라는 것이다.
    둘째,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중국의 태평양진출•해양실크로드전략 저지에 소극적인 한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다.
    셋째,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미국이 빠진 TPP)보다는 중국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관심 보이는 한국에 대한 불만이다.

    이제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서 조선시대 최고의 대일외교관 신숙주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미 550년 전에 일본의 속내를 간파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 인물이 신숙주다. 신숙주는 외교와 국제정치에 통찰력을 가진 실력자였다. 그는 당시 평생에 한 번 가기도 어려운 중국을 열세 번이나 다녀오며 중국의 학문과 15세기 동아시아 시대 변화를 읽는 눈을 길렀다. 세조 즉위 후 그는 예문관대제학에서 영의정까지 일사천리로 승진을 거듭했다. 영의정에 오른 것이 1462년으로 겨우 45세였으니, 40대에 정승의 반열에 오를 만큼 세조의 신임이 두터웠다.

    신숙주는 외국어에 능통해 명과 일본, 여진의 정세 변화를 깨우치고 있었다. 동아시아 선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신숙주는 일본에 대한 외교정책을 정리해 성종에게 올렸다. 그 명저(名著)가 바로 『해동제국기』이다.

    신숙주 해동제국기

    해동제국기는 일본을 가장 잘 이해한 책으로 현재도 일본 학자들 사이에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얼마나 일본을 해박하게 살폈던지 당시 신숙주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의 학자와 글을 읽을 줄 아는 모든 문사들이 앞다퉈 그에게 몰려왔다고 한다.

    신숙주는 일본의 교토(京都)에 도착해 막부장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대마도 도주와 협정을 맺어 일본과의 교린(交隣)의 길을 공식화했을 만큼 일본어에 능통했고, 이미 그들의 속내를 읽어내고 있었다.

    신숙주의 탁월함은 그가 관직에 있으면서 일해 온 외교의 모든 노하우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이 기록은 조선과 일본 무역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일본의 핵심 지도층들이 권력이 나누어져 있으니 누구를 어떻게 상대하고 파악하라고 정리해 둔 일종의 ‘외교비망록’이었다. 그의 주장은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어 그들이 조선에 오는 것은 무역상의 이익을 꾀하려는 것이므로 보내는 것을 후하게 하고 받는 것을 박하게 하면 회유할 수 있어 침입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회유가 쉽지 않으므로 한 번이라도 경계를 게을리 하면 남쪽을 지키기 어렵다고 했다. 세조부터 성종 대까지의 왕들은 그의 외교에 대한 충언을 깊이 받아들였으나 이후 일본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여 결국 임진왜란을 겪었으며 그 이후에도 구한말의 한일합방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신숙주는 15세기 동아시아의 형세를 읽는 눈이 있었고 일본어에 능통했고, 일본과의 외교를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참고서로 사용하게 했다. 대세판단, 소통능력, 적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 기록하여 잊지 않는 정신을 가진 외교관이었다. 한국이 신숙주 같은 외교관을 키우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일본 사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본과의 전쟁, 얼마나 오래갈까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심에는 ‘북핵’과 ‘표심’이 있다

    북한의 핵보유 이전과 핵보유 이후가 전략적 중요성이 달라졌는데, 우리는 한•미•일과 북•중•러의 외교가 제자리다. 미국은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 미 본토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선에서 대선을 치를 전망이고,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과 핵공격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 일본은 북•일(北日)수교에 공을 들인다.

    중국은 북한의 핵이 1만3000킬로미터 떨어진 미국으로 날아가는 것 보다 90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는 베이징에 떨어질 가능성에 더 관심이 높다. 또한 중국은 산업화에 앞선 한국이 반도체 하나 빼고는 기술이 약발을 잃자 소 닭 처다 보듯 했던 북한을 다시 끌어안고 미국에 대항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정치인은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정치적 이익이 있으면 일단 정책을 실행하고 본다. 재선에 목숨 걸고 대선을 앞둔 미국의 트펌프, 헌법 개정을 위한 지지세력 규합에 열 올리는 일본 아베의 표심(票心)에 목숨 거는 다당제 서방민주제도의 문제가 한반도문제를 변화시키고 있다. 외교는 가장 원가가 싼 전쟁이고 상대를 잘 알아야 이긴다. 전쟁은 자기의 가장 강한 부분으로 상대의 가장 약한고리를 공격하는 것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일본이 자국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국가를 가리킴) 카드는 일본의 창이고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다.

    •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경제적 보복에 속절없이 당한 이유는?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1년간을 돌아보면 ‘한•미•일의 남방 삼각동맹’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난다. 반대로 서로 소 닭 처다 보듯 했던 ‘북•중•러의 북방 삼각동맹’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보면 지금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헷갈린다.

    무엇보다 한국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한 인식과 외교가 문제다. 한•미•일의 남방 삼각동맹에서 한국은 그간 앞뒤 안 맞는 정책과 헛발질로 미국과 일본에게 왕따 당하고, 북•중•러 북방 삼각동맹에게는 잘 해주고 뺨 맞는 신세다.

    국가리더는 1만 미터의 고공 높이에서 백년을 내다보는 혜안(慧眼)이 있어야 한다. 주변정세를 신속하면서 깊고 멀리 내다보고 정책의 결정과 판단을 해야 한다. 동네꼬마들 싸움도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고, 코피가 터지면 지는 것이다. 선제공격이 아닌 사고가 난 뒤 코피 터지고 나서 국민에게 들고 일어나라고 하는 뒷북치는 선동정치는 하수의 정치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소재전쟁, 사고는 정치가 치고 뒷수습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공격을 눈 뜨고 당한 이유는 첫째는 인재, 둘째는 전략이 약했다.

    -국내문제에 국한된 국정 아젠다와 국제적 비전이 없는 외교전략이 문제인가.

    “한반도는 지금 풍수에서 얘기하는 코끼리, 호랑이, 개, 고양이, 쥐의 다섯 마리 동물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의 형국이다. 각자 서로 실력은 다르지만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서 함부로 상대를 치기 어렵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북한이 서로가 물고 물리는 관계이다. 그 대신 각자 자기역할을 제대로 하면 어느 누구도 상대를 함부로 물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이 지금 4개국과의 외교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선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 지도자의 국정 아젠다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을 제외하고 4개국이 모두 ‘강성대국 건설’이다.

    오수부동격 그림표

    한국은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큰 비전이나 국제적인 비전 보다는 국내 상황에 국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물을 크게 쳐야 큰 고기가 잡히는데 한국은 그물이 한국에만 국한돼 있다 보니 외교 전략이 빈약하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북한에 대해서도 외교 전략이 큰 그림에서 일관되지 못하고 상황 별로 대응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일도 생겼다. 한•미•일의 동맹에서도 왕따 당하는 느낌이 강하고, 북•중•러의 북방 삼각동맹에게도 대접을 못 받는 현상이 생겨났다.

    -북한 미사일과 한일간 소재전쟁의 최대수혜자는 중국이 아닌 왜 미국인가.

    “트럼프의 북한 미사일발사 용인, 한•일(韓日)간 소재전쟁 중재거부는 철저한 장사속이다. ‘장사꾼 트럼프’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것은 한국에 미군 주둔비용 부담과 중거리 미사일 판매를 노린 것이다. 그리고 한•일 간의 소재전쟁을 통해 양국 중재의 대가로 이란과의 호르무즈해협 전쟁에 한국과 일본을 참전시키기 위한 장삿속이 있다.
    독도는 동북아의 약한 고리다. 한•일 간 분쟁지역이기 때문에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간을 보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가 독도 영공을 날고 중국함정이 경계를 서주었다. 중•러가 한반도에 합동작전을 펴 본 것이다.

    한국은 탄도미사일이라고 하고 북한은 방사포라고 하지만, 결국 미사일이고 한반도와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사정권 내 국가들에게 요격하거나 파괴할 중거리 미사일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한반도에 설치하면 한국에 ‘제2의 사드 사태’를 만들고 그러면 중국과 한국이 싸우고 미국은 뒷짐 지고 한국을 길들여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패를 쥐게 된다.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판매로 돈도 벌고 중국도 견제하는 일거양득의 소득이 미국에 있다.
    미국은 또다른 ‘악의 축’ 이란을 봉쇄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작전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한•일 간의 소재전쟁, 북한의 미사일발사 문제가 미국이 쓸 수 있는 또다른 카드이다. 이리저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에 따라 한국은 고약하게 되어있다. 지금 한국은 미국을 너무 믿지 말고, 일본에 속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미카제(神風)특공대의 자살폭탄조였던 일본의 성향을 경계하고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에는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 중심의 수직적 사회심리체계로 상명하복의 문화가 깔려있다. 윗사람에 대한 의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용인되는 문화가 위안부와 징용문제에도 죄의식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시대착오적 야만적인 심리상태가 윗사람에 대한 의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할복자살을 하는 비상식적인 야만 문화를 가진 나라다. 천황을 위해선 목숨을 내놓고 가미카제(神風신풍)특공대의 자살폭탄조 비행기에 올라타는 이들이 일본인이다. 자신의 희생이 상대의 급소를 찌를 수 있다면 죽음도 불사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이들이다.

    반도체와 LCD는 글로벌 ICT산업의 쌀이다. 한•일의 소재전쟁은 반도체와 LCD의 글로벌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공급망)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인 데도 미국이 수수방관하고,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것은 장삿속이자 한국 길들이기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한국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유럽도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인 독일과 5위 영국, 6위 프랑스가 서로 갈등하고 있는 것처럼 한•일 간의 갈등은 어쩌면 대륙과 해양이 맞부딪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숙명이다.

    일본과의 갈등은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태처럼 길고 오래갈 가능성이 크다. 강대국의 입김이 배후에 있고 양국이 모두 경제•정치적으로 물려 있고 국민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어느 일방이 완승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일본과의 소재전쟁이다. 독일과 일본은 화학소재산업에서 강자다. 유태인 학살과 만주에서 인체실험까지 한 일이 있는 인류역사에 남을 나쁜 업보를 가진 독일과 일본이지만 그 반대로 기술로만 보면 화학소재분야의 강자이고 일본의 화학소재회사는 100년의 장수기업들이다.
    천황에 대한 충성심으로 반인륜적인 패륜도 정당화하는 사무라이정신과 이슬람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자살폭탄조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가미카제특공대와 100년기업의 노하우를 무기로 삼는 일본과의 전쟁은 말싸움이나 감정싸움하고 기싸움을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경제전쟁에서는 힘과 실력이 승패를 가른다. 긴말이 필요 없고 변명이나 말대포도 필요 없다. 아이들 싸움에서도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코피 터지면 지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행동으로 말을 중명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로 행위를 변명한다.

    현재 한국의 대일(對日)전략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흥분해서 마구 내뿜는 즉흥적 전략이 아닌, 냉철하게 계산된 방법으로 상대를 결정적인 한방에 쓰러뜨릴 확실한 전략이어야 한다.

    -한국이 일본을 이기고 이른바 극일(克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00년기업 일본의 소재기업의 노하우를 주52시간 준수해서 따라 잡으려면 150년 걸린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이유야 어떻든 잘못된 정책이라면 빨리 방향을 틀어야한다. 그것이 외교정책이든 산업정책이든 노동정책이든 간에 시간을 놓치면 안된다.

    장군도(將軍刀)는 “지휘하는 칼이지 상대의 목을 베는 칼이 아니다.” 카드는 일단 보여주면 이미 활용가치가 있는 카드가 아니다. 대일본 카드를 정부•여당, 사회단체들이 마냥 경쟁적으로 꺼내 흔들 것이 아니라 준비는 뒤에서 하고 비장의 카드는 협상테이블에서 써야 한다. 비장의 카드는 언론에 광고하는 것이 아니다.

    필살기는 단 한칼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그런 필살기가 없으면 전쟁은 길고 오래 간다. 한•일 간의 소재전쟁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소재 국산화가 돈을 퍼부어 넣는다고 자판기의 커피처럼 나오는 것 아니다. 짧아도 6개월, 길면 6년 이상 걸린다.

    첫째, 한국기업이 일본의 보복에도 멀쩡하게 살아 있게 만들어 일본의 보복을 무력화시킬 금융대책부터 만들어야 한다. 당장 일본의 제재로 피해를 보게 될 한국기업에 보상을 해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소재가 없어 물건 못 만들어 납품을 못하면 구매선 일본의 타격은 나중의 일이고 당장 거래선이 클레임 걸고 거래를 끊는다. 극일전(克日戰)에서 우리 기업이 먼저 죽어버리면 꽝이다.

    둘째, 한국 중간재의 최대 수요자인 중국과 미국을 움직여야한다. 일본은 스스로 철회하기는 너무 나갔고, 한국도 이미 너무 나갔다. 중재자가 명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양국 지도자의 자존심 싸움으로 간다. 중국과 미국을 움직이는데 기업의 네트워크와 외교력과 언론을 총동원해야 한다.

    셋째, 아베의 집권말기인 2021년까지 가는 긴 전쟁을 상정하고 전쟁에 임해야 한다. 정치인 집안에서 야망을 키운 아베는 이젠 못 먹어도 GO다. 지금 같은 지지도라면 2021년까지 아베의 집권은 유지된다. 일본은 할복자살과 가마가제 자살조를 운영했던 이들의 후예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반도체 소재에 일반부품소재 제재에 이은 금융제재도 염두에 둬야 한다.

    넷째, 부품소재 국산화가 우선순위다. 부품소재 납품업체가 세트업체의 목을 쥐고 흔드는 일은 드문 일이다. 세트업체인 갑이 갑 같지 않으면 을인 부품업체가 갑처럼 나댄다. 1100개 품목을 모두 국산화할 수는 없다. 전략적으로 일본기업이 충격받을 품목을 10개, 30개, 60개, 100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6개월, 1년, 2년 안에 확실하게 국산화해서 일본업체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제재 해제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대응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커브길에서 헛발질하면 안된다. 네트워크 시대에는 친구가 많은 자(者)가 적은 자를 먹고, 큰 자를 먹고, 빠른 자를 먹어 치우는 시대다.

    선수는 항상 커브길에서 승부를 건다. 커브길에서 밀려나가면 나락으로 추락하고 밀어붙이면 추월이다. 1차, 2차산업혁명에 뒤져 서방세계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했던 아시아가 3차산업혁명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3차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과 모바일 가입자를 가지게 되었고, 전세계 ICT(정보통신기술)생산의 최대기지가 됐기 때문이다.

    농업시대에는 삽질하는 ‘손의 숫자’가 경쟁력이었고 상업시대에는 ‘배의 숫자’가 경쟁력이었고 증기시대에는 ‘엔진의 숫자’가 경쟁력이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정보단말기를 가진 인구의 수’가 다시 경쟁력인 시대로 돌아왔다.
    ‘멧칼프의 법칙'(Metcalfe’s Law: 통신망 사용자에 대한 효용성을 나타내는 망의 가치는 대체로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에 따르면 정보네트워크의 힘은 네트워크에 가입된 가입자의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미국 인구 3.2억, 중국인구 14억이지만 미국의 핸드폰가입자수는 4.4억명, 중국은 15.7억명으로 정보화된 네트워크파워는 미국은 19.4억, 중국은 246.5억이다.

    4차산업혁명은 빅데이터(Big Data)에서 지적재산(IP)을 뽑아내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로봇(Robot)의 머리에 심는 것이다. 정보단말기에 연결된 가입자에서 나오는 빅데이타의 수가 결국 경쟁력인 시대이다. 그래서 미•중(美中)의 전쟁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전쟁이다.
    제조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먹었고, 정보화시대에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었지만, 스마트한 네트워크 시대에는 친구가 많은 자(者)가 적은 자를 먹고, 큰 자를 먹고, 빠른 자를 먹어 치우는 시대다.

    이러한 때에 제조시대 성공의 추억에 빠져 있다 보면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총명한 것은 돈이다. 돈이 말해주는 답은 한국은 중국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IT하드웨어 기업이자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중국의 인터넷업체인 알리바바, 탄센트의 51~52%에 불과하다.

    인류의 운명은 사과 3개가 바꾸었다.

    “이브의 사과는 인간에게 이성을 알게 했고, 뉴톤의 사과는 인간에게 과학을 알게 했고, 스티브 잡스의 사과는 손바닥 안에서 세계를 연결하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었다.”

    4차혁명시대에 하드웨어가 갑(甲)이 아니라 소프트한 콘텐츠와 플랫폼이 갑이란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돈이 말해주는 한국의 산업은 이미 한물갔다는 얘기다. 인류의 운명은 사과 3개가 바꾸었다. 이브의 사과는 인간에게 이성을 알게 했고, 뉴톤의 사과는 인간에게 과학을 알게 했고, 스티브 잡스의 사과는 손바닥 안에서 세계를 연결하는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었다.
    기술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삶을 바꾼다는 것이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류 역사를 바꾸고 패권까지 바꾼다. 1차산업혁명이 유럽의 변방 영국을 세계의 패권국으로 만들었고, 2차산업혁명이 유럽의 부상과 미국의 굴기를 가져왔고, 3차산업혁명이 미국을 세계의 패권국으로 만들었다.

    세상은 지금 3차산업혁명의 끝자락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 4차산업혁명의 길이고 아직 누구도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다. 이런 대변혁의 시대에 한국이 ‘스트롱코리아(Strong Korea•강한 한국)’가 될 절호의 기회가 왔다. 그래서 한국은 4차산업혁명의 커브길에서 헛발질 하면 안된다.

    -미•중(美中)무역전쟁의 와중에 ‘한국의 기회’는 어떻게 만들어야한다고 보는가.

    ‘위대한 나라들(G1, G2)’끼리 한판 붙었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伟大中华民族复兴)’을 부르짖는 시진핑 중국주석과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면으로 붙었다.

    세계 패권을 놓고 ‘지키려는 자’와 ‘쟁취하려는 자’의 치열한 전략싸움이 2018년 이래로 12차례나 벌어졌다. 전쟁은 속전속결이 최선이다. 그런데 세계 패권국 미국이 단칼에 중국을 넘어뜨리지 못하고 2018년부터 5월부터 1여년 간 협상을 했지만 속시원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이번 미•중(美中) 무역전쟁에서 확연히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1985년 일본을 쓰러뜨릴 때와는 달리 ‘결정적 한방’도 ‘신의 한 수’도 없었다. 『협상의 기술』이라는 책도 쓰고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탐색>협박>회유>협상>목표달성의 방법이 ‘자본주의 국가’ 미국 부동산업계에서는 먹혔는지 몰라도 ‘국가자본주의 국가’에는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미•중 양국이 주요 쟁점에 대한 원론은 합의했지만 아직 ‘디테일의 악마’가 남아 있다. 미국이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보호 문제 이행의 확인을 위한 법률수정의 명문화를 요구하지만, 중국은 법률주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어 협상이 깨졌다.

    그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미•중의 무역협상은 무역흑자+지재권+보조금의 3가지 핵심사안 중 무역흑자부분은 합의했고 ‘지재권+보조금’ 문제는 계속 화약고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 와중에 지재권보호 문제에 대해 중국이 미적거리자 미국이 관세폭탄 카드를 꺼낸 것이다. 트럼프는 일단 무역흑자와 지재권보호 일부에서 합의하고 트럼프의 재선(再選)성공 시 ‘지재권+보조금’ 문제로 다시 중국의 목을 조르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중국은 이번 참에 사인하고 ‘지재권+보조금’ 문제는 지금 수준에서 덮으려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이번 무역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전쟁으로 치면 종전(終戰)이 아니라 정전(停戰)혹은 휴전(休戰)으로 봐야 한다.

    이번 협상타결 시 중국은 더 이상 첨단기술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훔치거나, 이전을 강요하거나 하기 어렵고, 미국의 국방수권법 통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

    기술은 시장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한국은 4차산업혁명에 있어 기술이 있어도 시장이 작아 3~5년이면 한계에 봉착한다. ‘스트롱 코리아’는 4차산업혁명 기술에서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ICT기술에서 미국 이외에 세계에서 수준급 기술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다.

    4차산업혁명은 기술개발의 시간싸움이다. 지금까지 기술도용으로 성장했던 중국, 이젠 미국이외 국가와 기술협력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한국이 4차산업혁명 기술에서 중국과 협력을 통해 중국의 거대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간 한국은 전통산업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로 호황을 누렸지만 이젠 안된다. 이젠 대중국 수출산업도 제조업 하드웨어 중심의 ‘근육형 산업’이 아닌 소재와 첨단부품 중심의 ‘세포형 산업’으로 구조전환을 해야 산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기술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올인해야 산다. 지금 한국은 유치원생이 27만명이 안된다. 12년 뒤면 현재 55만명의 대학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해법은 인공지능과 로봇이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로봇에서 뒤지면 영원한 3류로 뒤처진다.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1위의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용 로봇을 사다 쓰기 만하지 앞으로 커질 서비스로봇 분야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한국의 서비스로봇은 청소기로봇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은 중국에 소비재를 파는 데 혈안이 되면 안되고 중국에 플랫폼을 만들어야 산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3.5억대 팔았다고 자랑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산 사람들을 플랫폼에 잡아 놓아야 한다. 4년이면 중국인구보다 더 많은 15억명의 가입자를 가진 플랫폼을 만들 수 있고 이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플랫폼에 화장품, 가전, 통신기기, 자동차, 패션, 음식료, 한류제품을 올려서 팔아야 한국이 산다.

    -동북아는 물론 세계에서 북핵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북핵까지 논하기는 범위가 너무 넓다. 북한의 경제문제(청구서)를 풀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묘연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4차 산업혁명기술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핵 문제는 큰 그림으로 보면 경제 문제다. 북•미(北美)간의 협상이 잘되어 가더라도 북핵문제의 종착역은 핵 폐기의 대가인 경제적 지원이 얼마나 될 것인가와 청구서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북한의 빈곤을 해소하는데 있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자존심 상하지 않게 협력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이 중국과 베트남에 사용한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임가공 모델은 그런 측면에선 2% 부족해 보인다. 1인당 소득 2000달러대의 북한을 과거 중국처럼 한국의 임가공 공장으로 활용한다면 북한의 발전은 40년은 걸려야 한다, 북한도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 문제를 푸는데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4차산업혁명 기술이다. 공유경제와 스마트시티와 스마트공장, 블록체인 기술이다.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의 테스트베드(Test Bed: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 혹은 시스템, 설비)로 북한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전세계 기업과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지원의 발상의 전환은 중국의 전국(戰國)책에 나오는 “비싼 돈을 주고 죽은 천리마의 뼈를 사서 천리마를 비싸게 산다”는 소문을 내어 진짜 천리마를 구하는 ‘천금매골(千金买骨)’전략을 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참고서가 중국이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과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베이징 남서쪽 100㎞ 지역에 국가급 기술특구인 슝안신구(雄安新区)를 조성해 4차산업혁명 계획도시를 만들고 있다. 허허벌판인 이 신도시는 기존 제도와 사회세력의 저항 없이 4차 산업혁명기술을 테스트하고 구현하는 실험장이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슝안신구(雄安新区)에서 테스트하고 성공시켜 이를 주요도시로 확산하고 이를 다시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같은 전통산업 임가공 단지의 확장도 의미가 있지만 북한의 자의적 운영을 막으려면 한국기업이 아닌 중국과 다국적기업의 입주가 필요하다. 그리고 저부가임가공으로는 북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의 슝안신구(雄安新区)모델을 북한지원과 개발모형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휴전선과 인접지역에 인구 10만명 정도의 4차산업혁명 테스트베드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세계 최첨단의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 5G와 자율주행, 드론 배송 공유경제,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모든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우주항공 통신, 드론, 블록체인, 가상화폐, 보안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한국은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로봇, IOT등의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신발회사 아디다스가 중국에서 독일로 공장을 다시 옮겨간 것은 바로 스마트 팩토리의 힘이다.

    북한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주항공분야와 공유경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한국은 스마트시티와 팩토리, 5G와 자율주행차를 연구•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이다. 스마트공장에는 세계최고의 생산성을 만들어 내어 한국의 전통산업에서 성과를 내고 북한은 여기에 들어가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뒷부분을 일정수준 담당하게 해서 한국기업과 협업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한국이 투자비를 부담하고 북한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이 4차산업혁명 도시모델 회사가 성공하면 북한에 제2, 제3, 제4의 스마트시티 건설 확산을 통해 국제자금의 유치와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중국은 항만, 공항, 철도 업체들도 모두 상장한 사례가 있다. 스마트시티에 일본의 손정의, 미국의 짐 로저스, 중국의 마윈(馬雲)과 같은 국제거물 투자가들의 돈을 유치하고 이들 스마트시티를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칼럼 중 ‘팍스 코리아’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고 싶다.

    서방은 1895년 이후 아시아의 굴기를 ‘황화론(黃禍論)’으로 규정하고, 아시아를 경계했다. 청•일(淸日)전쟁 말기인 1895년 독일황제 빌헬름2세는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에게 유럽 문명을 파괴하려는 일본과 중국의 아시아인들에 맞서 단결하자고 하면서 ‘황화론’을 꺼냈다.

    1980년대 일본기업이 기세를 올리자 서방의 ‘황화론’은 일본을 타겟으로 삼았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 2위로 올라서자 ‘황화론’의 타겟은 중국으로 옮겨졌다. 중국 굴기가 세계의 화근이라는 얘기가 서방 언론에서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중국의 전세계 GDP기여율은 30%가 넘는다. 경제적으로 보면 중국이 세계경제의 화근이 아니라 세계 성장의 기관차였다. 1500년대 이후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까지 이른 서방국가의 세계패권의 역사를 보면 한번 패권국이 다시 패권국이 된 적이 없다. 패권에는 리바이벌이 없다.

    패권국 제조대국☞무역대국☞군사대국☞ 금융대국

    서방 세계의 모든 패권국이 갔던 길은 제조대국으로 일어서서 무역대국으로 융성하고 군사대국으로 강대해지고 금융대국에서 끝이 났다. 현재 제조대국, 무역대국 세계 1위는 중국이고, 군사대국 1위는 미국이며 3위가 중국이다. 금융대국 1위는 미국이고 2위가 중국이다.

    세계의 금융패권은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를 보면, 짧으면 80년, 길면 110년까지 이어졌다. 미국 달러패권의 시작을 1920년 이후로 보면 99년이 흘렀다. 1913년 미국이 FRB(연방준비제도)를 설립한 이후 2019년까지 황금을 기준으로 본 미국의 달러가치의 구매력은 96%나 하락했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이지만 달러가치가 말해주는 미국의 쇠퇴는 뚜렷하다.

    미•중 패권전쟁은 금융전쟁에서 승부가 난다. ‘썩어도 준치’이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미국의 대항마인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10년 이상 부르짖었지만 전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은 아직 1.84%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가입 이후 세계무역 질서에 편입되면서 달러결제시스템에서 빠졌고, 미국은 중국의 달러거래를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이 3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지만 미국이 FRB지하실의 프린터에서 3조 달러를 더 찍으면 중국은 가만히 앉아서 외환보유고의 가치가 반토막이 나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 금융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강대국끼리 경쟁하면 작은 나라들 줄세우기가 벌어진다. 미•중 패권경쟁의 와중에서 한국의 진짜 리스크는 바로 줄세우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특히 한국은 미•중의 각축전에서 닭이 되면 곤란하다.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 아니라 ‘어부지리(漁父之利)’하는 묘수를 찾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2등 중국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의욕 넘치는 2등이 항상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에서 이미 그런 조짐이 보였다.

    커브길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후발 선수의 수법이다. 미국 GDP의 66%에 달한 중국, 여세를 몰아 10~20년 안에 미국 경제의 추월을 꿈꾼다. 이런 중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중국견제가 한국에게는 큰 행운이다.

    중국으로 가속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국은 트럼프 덕분에 3~5년의 여유가 생겼다. 미국의 중국기술 굴기에 대한 강한 제재가 중국의 기술발전을 적어도 3~5년 지연시킬 판이다. 이 기간 중에 한국은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반도체에 이은 초격차의 신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팍스 코리아’를 꿈꿔야 답이 나온다.

    -미•중•일.러 주변에 세계 4강 틈바구니에세 한반도 절반만으로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강국이다. “‘팍스 코리아”를 처음 들었을 때 감전된 기분이 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왕관을 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와 왕관을 노리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의 쟁탈전이다.

    중국은 이미 1800년대에 세계 GDP의 33%에 달했던 동양의 패권국 중국은 ‘팍스 시니카’의 부활을 노린다. 원나라 징기스칸의 유럽정복의 길인 육상 실크로드와 명나라 정화(鄭和)장군이 개척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가는 해상실크로드의 복원프로젝트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집권 2기 취임식에서 2035년까지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까지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미래전략 33년의 국가 마스터플랜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당, 원, 청나라 시대처럼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을 때 한국이 편안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의 추세라면 시간문제이지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계획대로 33년 후 ‘팍스 시니카’의 재현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스탠스는 어떠해야 할까.

    미국, 중국, 일본이라는 전세계 1, 2, 3위를 주변에 둔 세계 12위의 한국이 강하게 살아남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타국을 지배한 적이 없는 한국, 적어도 ‘팍스 코리아’(Pax Korea: 한국에 의한 세계평화)를 꿈꾸는 원대한 계획이 있어야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전략이 나온다.

    잡스와 마윈 같은 영웅 셋만 있으면 “팍스코리아”가능!

    인기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재단되고 양육된 인재가 아닌 기괴한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 대학을 안 나오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을 홀랑 바꾸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만든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중국의 SKY가 아닌 3류 지방대를 나왔지만 중국 최고, 세계 21위의 부호가 된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영웅 셋만 있으면 한국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세계 1, 2, 3위의 사이에서 12위 한국의 생존법은 2, 3위의 어깨위에서 1위로 뛰어 오르는 전략을 세워야 성공한다. 타국을 지배해 본적이 없는 한국, 상상력과 창의성, 도전정신이 넘치는 인재를 키우면 ‘팍스 코리아’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이 믿을 것은 결국 경제력이다. 한국이 중국에 큰 소리 치는 것도 자본주의를 먼저 도입해 1인당 국민소득에서 2만 달러 이상의 격차를 만든 덕분이다. 북핵의 해결방안도 결국 핵폐기 대가로 한국이 얼마를 통일비용으로 지불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이제 4차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스티브 잡스, 마윈을 뛰어 넘는 걸출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규모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신(新)성장산업에 승부를 걸어야 동북아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치며 살 수 있다. 돈이 말을 하면 외교도, 정치도, 국제관계도 쉬워진다. 돈이 발언권을 잃으면 남북관계도, 한중관계, 한•미관계도 난제만 쌓일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미•중(美中)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는 길은 미국이 ‘위대한 미국 건설’, 중국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큰 꿈을 펼치는 것처럼 ‘팍스 코리아(Pax Korea: 한국의 지배에 의한 세계평화. 한국의 힘(사회, 경제 등)이 강해져서 세계의 평화 유지에 이바지함)의 꿈’을 꿔야만 가능하다. 무슨 가당치도 않은 ‘팍스 코리아’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꿈을 크게 가져야 산다. 젊은이가 패배의식에 젖고 기성세대가 서로 패를 갈라 싸움질이나 하고, 기업은 모두 해외로 나가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려면 2035년까지 G12가 아닌 G3를 꿈꾸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하면 가능해진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늑대라도 그린다.

    한국이 지금 일본의 자리를 꿰차면 미국도 함부로 대하기 어렵고 중국도 건드리기 어렵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15년, 2050년 G2를 꿈꾸고 다시 30년~60년 후인 2080년~2110년 G1을 꿈꿔야 한국이 산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늑대라도 그리지 고양이를 그리려는 작은 목표라면 아무것도 못 이룬다. 그리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단기 최선의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최고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2110년 ‘팍스 코리아의 꿈’을 꾸고 이를 위한 단계적 목표를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은 정치가 우선이 아니라 경제가 최우선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세계 평균성장률을 못 따라간 성장을 이어온 것이 2003년 이후 16년째다. 그 무엇보다도 민초들의 밥그릇을 얼마나 챙겼고 국제적으로 얼마나 강해졌냐가 정치의 성과이고 업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넘치는 청년실업, 한•중•러•일의 외교무대에서 ‘개털’ 취급 받는 입지로 보면 정치의 실패다.

    국제관계에서는 힘(power)이 모든 것이다, 힘은 돈, 기술, 경제력이다. 힘이 있어야 당당하고 당당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이번 G20 오사카정상회담에서 맨 앞줄 가운데 빈살만이 섰다. 오일달러 들고 뿌려대니 돈의 힘에 자리도 빛났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1위, 경제력 2위의 힘이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만들었다. 한국은 한•일정상회담도 일본측의 거부로 갖지 못했다. 그러나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트럼프와 휴전선에서 깜짝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제치하 강제 노동의 보상에 불만을 가진 일본기업을 대신해 일본정부가 한국의 IT산업의 핵심소재인 OLED에 필요한 풀루오린 폴리이미드(FPI•flurinated polyimides)와 반도체산업의 소재인 감광제와 에칭가스(불화수소) 공급을 제한했다. 여기에서 풀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과 강도 등의 특성을 강화한 폴리이미드필름으로 플렉서블 OLED용 패널 제조에 필요한 핵심소재. 스마트폰과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휴대폰용 인쇄회로기판(PCB), 반도체 패키징, 3D프린팅 소재 등을 생산할 때 광범위하게 사용됨. 일본 업체가 세계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기술을 무기로 한국을 길들이려는 수작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을 밑돌고 세계외교에서도 이런 식이면 사람도, 돈도, 기업도 한국을 버린다. 유럽이 경제위기에 빠지자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 청년들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 시작했다. 그나마 경기가 좋은 독일에 취직하기 위해서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에 취직하려고 일본어를 배운다. 세계의 투자가들이 몰려들던 한국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외국계자산운용사들이 철수한다. 한국의 은행, 증권사에 가면 해외펀드, 해외주식을 권한다. 한국의 창원, 구미, 안산의 제조공단에는 중국과 베트남으로 떠나는 기업만 있지 새로 들어오는 기업이 없다.

    -한반도 문제해결도 결국 ‘돈’이라고 생각하니 슬프다.

    미•중이 벌이는 전쟁터에서 한국이 당당할 수 있으려면 경제력이 G3가 되면 답이 나오고 일본과의 역사문제도 우리가 G3이면 일본이 뭐라고 떠들던 싹 무시하면 된다. 남북통일, 금융의 시각으로 보면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북한과의 관계도 당장 통일되면 독일의 사례를 떠올리는 외국인이 많으면 한국증시는 폭락하고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한다.

    통일한국, 한민족의 염원이지만 금융시장을 활짝 열어 둔 죄로 외국인의 눈치보기를 하지 않으면 통일은 이룩할지 몰라도 금융에서 외국인자금이 일시에 대거 빠져 나가면 모라토리엄(moratorium: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외부에서 빌린 돈에 대해 일방적으로 만기에 상환을 미루는 행위를 통칭함)의 불상사가 생길 위험이 있다.

    남북통일이 장기적으로는 호재이지만 당장 북한의 경제지원에 대한 부담으로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위험이 있으면 한국증시의 1/3이상을 장악한 외국인들은 일단 돈을 빼고 보기 때문이다.

    한반도통일, 북핵문제, 그리고 북한의 몽니 등 이 모든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돈’ 문제다. 남북통일의 경우 남북의 경제격차 해소는 잘사는 남쪽의 원조 없이는 불가능하고, 북핵문제도 미•중이 젓가락 놓고 상을 차릴 수는 있지만 북핵 폐기의 대가로 날아올 영수증은 결국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

    이미 경제지원을 하고 있다고 핑계 댈 중국, 절대로 돈 낼 생각 없는 장사꾼 트럼프, 여우처럼 교활하게 눈치 보는 일본, 아무리 봐도 한반도의 ‘통일상차림’에 밥값 낼 주변국은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숟가락 들고 퍼갈 생각만 하지 영수증은 ‘나 몰라’라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유일한 수단은 한국이 G3정도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북한에 크게 퍼줘도 경제에 큰 주름 안 갈 경제규모가 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30~60년 연금저축 하듯이 저축하고 이를 정권 입맛대로 퍼 쓰지 말고 북한에 보여만 주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말 듣지, 줄 돈도 없으면서 지원한다고 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핀잔과 코웃음일 뿐이다. ‘돈’이 있어야 당당하고 당당해야 대접을 받는다.

    전병서/全炳瑞
    중국 북경의 칭화대에서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금융학전공으로 박사
    한국의 IB에서 Analyst, IB Banker로 25년간 일하면서 중국리서치, 중국IB업무를 담당
    한국의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우증권 상무이사, 한화증권 전무이사
    중국의 상해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 지냈다.
    現 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저서
    시진핑의 새로운 시대
    중국 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 기회 신국부론, 그 이후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10년 후 한국의 부와 미래는 중국에 달려 있다.
    5년후 중국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영상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9KvBXf-ePyk&feature=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rpIeN1kz-e0
    https://www.youtube.com/watch?v=43-sgNSZ__c&feature=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cQ7QNQ9IS_g&feature=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9KvBXf-ePyk
    [최경영의 경제쇼 일본이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는?ㅡ중국에게 배우는 복수의 칼]